"그때까지 기다려준다면 채용하겠습니다"
생산직 합격자 발표 뒷마무리가 석연찮았다.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입에서는 끝내 출근 일자를 들을 수 없었다. 출근이 빨라야 내년 상반기라는 말이 전부였다. 합격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집에서 쉬던 그때까지 취직하지 않고 기다려준다면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 업체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합격자 발표 후 채용을 취소한 기업도 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그 기업은 채용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소유중인 기업 연수원도 팔려고 내놨다.
은행 건전성, 기업 부채비율 등 모든 면이 IMF때보다 나아졌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10년 전보다 나을 것이 없다. 투자은행과 경제 연구소 등에서 예측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3%∼2%까지다. 큰 편차가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2009년도 대한민국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5%면 신규 일자리 창출은 제로가 된다고 한다. 2.5% 이하면 마이너스다. 취업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구직자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본격적인 불경기의 시작이다. 쉽게 벗어날 것 같지도 않다. 아시아 국가들만 위기였던 IMF때와는 달리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수출을 통한 위기극복도 힘들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률을 유지시키기도 어렵다. 크지 않은 국내 내수 시장은 그마저도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외치던 기업들은 어느새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내년 공채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으로 보이고,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도 구직자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한다.
우리는 IMF를 통해 조직은 결코 개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불황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뿐만 아니라 좋은 인재와 나쁜 인재도 가려낸다. 그동안 업무역량과 자기계발을 게을리 했다면 이번에는 당신이 정리해고 대상일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속한 조직이나 업종은 불황과 무관하다고 안심하고 있는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사태가 터졌을 때도 미국 이외 다른 나라들은 느긋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가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위기는 언제, 어디서, 어떤 얼굴을 하고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믿을 것은 오직 자신의 실력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적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고 자기계발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 어려울 때 더 많은 투자를 한 기업이 살아남듯, 막막할수록 자기계발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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