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업적성과 등 간단명료하게 전달해야 유리…화려한 외형과 수식은 "역효과"

이름있는 모 MBA과정에서는 아무리 길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보자라도 반드시 이력서 작성법을 교육한다. 강의 내용은 간단명료하다. 자신의 다양한 이력을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작성하는 법이다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는데 분량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교육의 요지는 이런 것이다. 인사담당자로 하여금 자신이 최적임자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간략하고 핵심적인 요지를 적으라는 것이다

최근 필자는 특이한 이력서 하나를 보았다. 프리젠테이션 소프트웨어인 파워포인트로 자신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아울러 자신의 특기와 장점 등을 도표나 그래프 등으로 작성한 보고서 형태로 제출한 것이다. 처음에는 신선함과 성의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자신이 어떤 경력의 소유자이고 어떤 면에서 지금 지원하는 자리에 최적자임을 확신하게 하는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산만하고 화려하게 반복되는 자신의 소개에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이런 경우 오히려 간단명료하게 제출한 다른 지원자에 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도 주목 받지 못하게 된다.

한 외국계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한번에 공채로 많은 지원자를 받다 보면 정말 좋은 후보를 서류전형 과정에서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특히 탈락한 사람은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탈락자로 기록돼 재도전 기회를 다시 갖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만큼 한번의 지원이 중요하다. 때문에 다른 경쟁자와의 차별화 전략도 중요하지만 이력서를 검토하고 읽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즉 회사가 필요로 하는 자신의 자격에 대한 정보를 우선 전달해야 하는 점을 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종종 이력서를 쓰는 사람 중에 가장 고민스러운 대상은 두 부류다.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한 부류고, 신입사원급 부류가 또 한 부류다. 이들 두 부류는 일단 이력서를 화려하고 눈에 띄게 만드는 데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외형에만 치중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담백한 필체와 내용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인사책임자나 상위자가 조직원으로 선택할 만한 특기사항이나 재미있는 경험담을 적어두는 것이 유리하다.

특기사항을 쓸 때도 독서나 운동, 영화감상 등 일반적이고 단순한 것은 쓰지 말아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 설득을 잘한다"라든가 "듣는 태도가 좋다" 또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한다"와 같은 구체적이고 기업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IT분야 기술자로 지원할 때는 가지고 있는 자격증 나열로 끝나는 것보다 짧은 경험이라도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소득을 적어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력자는 자신의 전문성이나 지원하는 자리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영업직은 대상 고객층을 비롯해 매출액과 매년 목표대비 달성 정도를 사실적으로 기술하면 한눈에 영업의 적극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술직의 경우는 관련 프로젝트 성격과 기간 및 활용했던 장비나 소프트웨어 등과 함께 자신의 역할을 기간별로 정리하고 보유 기술력을 한 곳에서 한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더욱이 경력자는 자신이 어떤 일에 최고 적임자이고 조직에 꼭 필요한 핵심인재임을 표현해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들어 이력서 양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 많이 통용되던 한글 이력서보다 영문 이력서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자기소개서 등의 서술 양식은 회사에서 요구할 때만 첨부되고 있다

헤드헌터로서 필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이력서를 접하고 고객에게 추천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필자만의 원칙이 있다. 가능하면 후보자의 개성과 성의가 가미된 원본 그대로를 전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인상과 태도를 첫 대면에서 나타내듯이 이력서 역시 지신의 개성과 장점을 맘껏 연출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