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느 나라에서,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냐가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사실 우리가 태어나는 것에 대해 스스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 어떻게 보면 철저하게 수동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태어나서 살아가는 과정을 보더라도 내가 스스로 나를 키워나가기 보다는 오랜 시간 내 부모가 나를 보호하고 키워준다. 어느 동물보다도 가장 오랫동안 부모의 보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동물들은 기껏해야 몇 개월에서 1~2년 정도인데, 우리는 직장을 다니고 결혼할 때까지 부모의 그늘 속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이마저도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지 못하고 의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내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 환경에 좌우되며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성숙한 어른으로서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점점 독립성이 약해지는 쪽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의존적으로 살다 보면 삶의 주인공이 되기 어렵다. 조연으로서 많은 사람들 틈에 묻힌 삶을 살기가 쉽다. 주도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주위에서 원하기 때문에 혹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주연이라는, 일종의 연기를 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주연과 주인공은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의미가 다르다. 주연은 연극이나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연기하는 일, 또는 그렇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주연의 삶이란 환경에 맞추고 각본에 충실한 인생인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환경 탓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다르다. 주인공은 어떤 일에서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사람이 바로 인생의 주인공인 것이다.

의존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본인이 아닌 외부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에서 ‘취업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부족한 직무경험, 낮은 어학실력 등 본인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약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외 불안한 경제상황, 학벌주의 등 외부 환경에 책임을 돌린 사람들의 비중은 80%에 달했다. 정부의 고용 정책, 학교의 시스템, 기업의 채용 패턴 등을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게 바뀌는가? 세상이 나만을 위해 달라지는가? 자신의 부족함은 생각지 않고 남의 탓만 하며 불평불만으로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취업은 지금만 힘든 것이 아니라 예전에도 힘들었다. 은행, 공무원, 면서기 외에 일자리 자체가 거의 없던 시절, 회사 수도 적었지만 사람들이 선호할만한 대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들어갈 수 있는 회사의 범위가 훨씬 좁았다. 

지금은 취업하려는 사람도 물론 많지만 들어갈 수 있는 회사 또한 매우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옛날엔 쉬웠는데 지금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려운 것이다. 또한 예전의 젊은이들은 세상 탓을 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지 않았다. 

먹고 사는 일이 절박했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취직했고, 내 가족을 위해 일에 올인하며 회사에 충성했다.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풍족한 시대이기에 그러한 절박함이 많이 희석됐다는 것도 취업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또 어렵게 취업했는데 견뎌내지 못하고 조기 퇴사하는 경우도 많다. 의식주의 대부분을 부모나 가족이 챙겨주니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계획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 절실함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힐링‘이 대세라 한다. 일부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따뜻한 위로로 청춘을 감싸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처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알려주는 게 사회지도층의 역할이기도 하지 않은가. 

나의 부족한 모습도 결국 내가 그동안 살아온 결과다. 위로의 말이 취업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왜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나를 위해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철부지다.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세상이 변할 때는 모든 사람에 영향을 주는 큰 흐름이기 때문에 나에게만 해가 되거나 도움이 되는 일은 결코 아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려는 예비 사회인으로서 세상에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기까지 이를 악물고 자신을 키워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오늘의 내 모습은 내 노력의 결과다. 더 잘 되지 못한 것은 내가 부족한 결과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주인공인데 왜 남 탓을 하는가. 

특히 사회 진출을 눈앞에 둔 취업준비생이라든지 사회 초년생들 같은 경우, 노력한만큼의 대가만 얻겠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더 큰 사람, 더 큰 주인공으로 만들어 나가자.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 젊은이들이 그런 패기가 왜 없는가. 내가 바뀌는 길만이 나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새로운 기회도 찾아온다.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멋지게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