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전문대학교에서 취업 컨설팅을 할 때였습니다.

겨울방학이라 찾아오는 학생이 적어 여느 때와 같이 한산한 날, 키 작고 다부진 체격에 얼굴이 까무잡잡한 남학생 한 명이 수줍게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 학생은 이제 곧 2학년 졸업반이 될 학생이었는데, 어디에도 취업하지 못할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며 취업상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상황을 들어보니 2점대의 학점과 전기를 전공하지만 변변한 자격증이나 어학점수, 마땅한 경험 또한 없었기 때문에 취업에 대해 낙관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학생들이 그렇듯 상담을 받으러 올 때는 적극적으로 다 할 것처럼 다급하지만 막상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처럼 그 학생도 그러할 것이라는 염려가 들었습니다.

그래도 방학 때 제 발로 학교를 찾아온 것이 기특하여 그 남학생과 취업을 위해 할 수 있는 1년의 계획을 함께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헛되이 보낸 1년을 보충하기 위해 학점은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높일 것인지, 자격증은 어떤 자격증을 언제 시험 볼 것인지에 대한 일정까지 확인해가며 남은 1년의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나갔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남짓 남은 방학기간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여행을 떠날 것도 추천하며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제 역할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중간고사기간이 끝나갈 무렵 어디서 낯이 익은 학생 한명이 활짝 웃으며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 남학생 이였습니다. 그 학생은 상담선생님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고 알려주러 왔다고 했습니다. 중간고사도 잘 봤고 약속한 자격증시험의 1차에도 합격했다고 좋은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이제 곧 영어 공부도 시작할 거라고 하면서 말이죠. 중간에 소식을 전해주는 학생이 너무 고맙기도 하고 약속을 잘 지켜나가는 모습이 대견해서 남은 약속사항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그 일이 잊혀져 갈 무렵, 남학생은 자격증 취득 소식과 함께 다른 자격증도 준비 중이고 지난학기 학점은 4점을 넘겨 평점을 3점 중반 대까지 끌어올렸다며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던 그 남학생은 결국 2학년을 끝마칠 즈음에는 계속 과 톱을 차지하며 학점을 올린 덕에 평점은 4점을 넘겼고, 전공 관련 자격증은 2개를 취득했으며, 꾸준한 영어공부로 토익점수 또한 입사서류에 기입할 수 있을 만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그렇게까지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나가며 대기업 입사를 꿈꾸던 남학생은 자격 조건을 갖추어 나갔고, 그런 학생의 노력에 감동 받은 저는 학교 추천으로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인 ‘S'그룹 S전기에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 남학생 스스로가 약속을 지키고 결과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 남학생은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S'그룹 S전기에 입사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주변 친구들은 그 남학생에게 인간 승리라며 치켜세웠습니다. 학점 2점대의 내세울 것 없는 학생에서 과톱이 되기까지 본인 스스로 길을 찾으려 노력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온 결과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대학 취업특강에서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지금 나의 시간이 내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이번 학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이죠. 모두가 할 수 있습니다. ‘내일부터’라는 습관을 내려놓고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길 용기와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말입니다. 

출처 : 청년희망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