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전자회사에 다니는 김모(여·28)씨. 입사 4년차인 김씨는 좀더 창의적인 업무를 위해 지금 회사보다 작은 규모의 IT업체로 옮기려고 마지막 단계인 연봉협상을 하다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연봉은 현재 회사 수준이면 OK’라는 게 김씨의 내심. 다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급여수준보다 일단 30% 정도 많은 액수를 제시한 후 하향절충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막연히 그 정도만 생각하고 인사담당 임원과 만났는데 정기 급여 외 인센티브나 복리후생제도가 지금 회사와 많이 달랐어요. 도대체 얼마를 연봉으로 받아야 실질적으로 연봉의 삭감이 안 생기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좀더 생각해보고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그 임원이 절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직이 잦아지면서 직장인들이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봉협상을 위한 세부 항목이 200여개에 육박하는 프로야구 선수와 달리 일반 직장인의 연봉협상에서는 객관적인 평가 자료가 부족해 ‘도대체 얼마까지 요구해야 되나’ 하는 고민이 생긴다. 김씨의 사례처럼 뜻하지 않은 낭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기본적인 체크 리스트 정도는 챙겨야 한다.
◆액면가만 보지 말고 실속을 따져라 회사별로 복리후생이나 인센티브는 천차만별. 광고회사에 다니는 박모(29)씨는 2500만원 연봉을 받다 2800만원 정도를 주겠다는 다른 광고회사로 옮겼다. 연봉을 300만원 정도 올렸다고 생각해 만족했지만 나중에 계산해보니 사실상 연봉이 깎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씨는 “전 회사에서는 차량유지비와 휴대전화 사용료, 학원수강료(자기개발비)를 지원받았는데 지금 회사는 없다”며 “연봉만 비교하고 계약을 맺었던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헤드헌팅업체 IBK 김한석 대표는 “회사측에서 제시하는 연봉과 함께 각종 수당 등 광의의 연봉에 포함되는 패키지를 잘 비교해야 한다”며 “차량유지비, 보너스 제도, 의료비, 교육비, 주택융자금, 저녁식사비, 스톡옵션, 별도의 퇴직금 여부 등이 가장 기본적인 패키지 내용”이라고 말했다.
◆희망연봉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 준비는 필수 연봉협상에 나서면서 ‘연봉은 지금 수준보다 몇 % 이상’이라는 식으로 막연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협상의 기본은 자신이 원하는 협상결과에 대한 데이터 확보”라며 “자신이 요구하는 액수에 대해 기본적인 근거는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원한 회사가 책정하고 있는 연봉의 범위를 미리 알아보고, 동종업계의 연봉수준 그리고 자신이 지난 경력을 통해 쌓아온 업적과 현재 회사에서 받고 있는 연봉과 후생복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제시해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헤드헌팅업체 아데코코리아 김은식 컨설턴트는 “연봉 중 인센티브처럼 유동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경영상태와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받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계산해야 한다”며 “아무리 파격적인 인센티브라도 회사 매출이 하향곡선이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평생연봉’도 염두에 둬야 당장의 연봉인상만 좇다 보면 장기적으로 ‘평생연봉’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IBK 신영화 수석컨설턴트 대표는 “높은 연봉만 믿고 신설 회사 임원으로 옮겼지만 이후 연봉도 오르지 않고 그동안 관리해 오던 자신의 경력도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다”며 “옮길 회사의 성장 전망과 옮길 회사에서 맡게 될 업무가 궁극적으로 자신의 ‘평생연봉’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몇 년 뒤 다시 연봉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좀더 유리한 조건으로 연봉협상에 임할 수 있는 회사인지, 업무인지도 미리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차이나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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